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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고차를 구매하면서 그간 별러왔던 쿠팡플렉스 새벽배송을 체험해봤다.

위치는 양주1캠프, 시간대는 새벽(03:30~07:00)이다.

 

'최소 일주일은 해보자' 라는 생각에 2월 13일~19일까지 신청을 해놨는데, 이 중 고작 13, 14일 이틀만 일을 할 수 있었다. 15, 16, 17일은 오후 6시쯤 업무확정 안내를 받았음에도 다 취소가 됐다.

이게 좀 짜증나면서 황당하기도 한 부분인데 하루는 슬슬 나가려고 알람을 듣고 일어난 새벽 2시에, 다음 날은 오후 11시, 그 다음 날은 오후 8시에 뜬금포로 업무 위탁 취소연락이 왔다.

 

배송물량 부족으로 인해 취소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루나 이틀도 아니고 확정이 됐다가 취소를 시키는 건 배송 물량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배차를 계획하는 부분을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름부터가 쿠팡플렉스여서 그런지 너무나도 일방적으로 플렉스한 관계이자, 노동이라는 생각이다.

 


 

13일(1일차)

 

쿠팡플렉스 어플을 설치하고 집과 가까운 양주1캠프에 원하는 날짜에 전부 업무신청을 넣어놨다.

양주1캠프의 경우 업무시간/단가가 다음과 같이 구성돼있다.

 

  • 일반-주간(10:30~22:00)                 / 박스 750원, 비닐 600원, 반품 2,000원, 프레시백 회수 200원
  • 수령지 인근 배송-주간(11:00~22:00) / 박스 650원, 비닐 450원, 반품 2,000원, 프레시백 회수 100원
  • 신선-주간(13:00~18:00)                 / 박스 800원, 비닐 600원, 신선-박스 1,200원, 신선-비닐 950원, 반품 2000원,                                                   프레시백 200원 
  • 일반-심야(01:00~07:00)                 / 박스 1,000원, 비닐 650원, 프레시백 회수 200원
  • 수령지 인근 배송-심야(01:00~07:00) / 박스 900원, 비닐 550원, 프레시백 회수 100원
  • 일반-새벽(03:30~07:00)                 / 박스 1,100원, 비닐 750원, 프레시백 회수 200원

 

이 업무시간들은 캠프에 따라 조금씩 편차가 있었다. 예를 들어, 양주2캠프의 경우 일반-새벽이 04:00~07:00 으로 양주1캠프에 비해 30분 늦게 시작하고, 신선-주간 역시 14:00~18:00으로 1시간 늦게 시작한다.

평균적인 배송물량에 따라 지역별로 편차가 있는 모양이니 대략적으로 참고만 하고 본인의 지역은 어떤가 확인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 업무신청, 업무확정, 준비물

 

오후 6시쯤 카톡 내 쿠팡플렉스 플친을 통해 업무 확정 알림을 받았다. 새벽에 일어날걸 생각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오후 11시쯤 걸려온 전화에 잠이 깼다. 쿠팡측이었다. 양주1캠프의 관리자인듯 했는데 첫 배송임을 고려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카톡을 통해 숙지해야 할 기본사항의 링크를 보내줄테니 꼭 보고오라 했다. 그리고 구글 문서를 통해 배차확정을 인지했다는 양식을 제출해서 내야 했다.

 

다시 어렵사리 잠에 들었다가 2시 30분쯤 일어나 캠프로 떠날 준비를 했다. 입차는 03시부터 가능하고, 03:30분까지 미입차시 자동으로 위탁취소가 된다. 신분증, 마스크, 원활한 작업복(신발 포함)은 필수다. 신분증이 없거나, 마스크를 안쓰거나, 슬리퍼를 신고 가거나 하면 현장에서 집에 보내질수도 있으니 반드시 챙겨야 한다.

 

일찍 캠프에 입차하고 차 안에서 대기 중이던 어떤 초보 플렉서가 차량 배터리가 방전돼서 긴급출동 서비스를 불렀다는 후기를 읽은 탓에 03:20분쯤 입차를 했다.

 

2. 캠프입차, 물품(기프트) 수령, 상차

 

캠프 QR / 롤테이너 / 롤테이너 밑에 있는 구역표기 

캠프에 있던 직원분의 도움으로 쿠팡플렉스 어플을 통해 캠프의 QR을 찍고, 배정받은 구역을 확인하고, 롤테이너 아래의 구역표기를 통해 내 구역의 물품(여기선 기프트라고 부른다. 그냥 물건, 물품으로 칭하겠다.)을 차량까지 끌고 왔다.

 

물건을 미리 잘 분류해서 상차해야 배송이 편해진다.

쿠팡플렉스 어플로 물품들의 QR을 스캔하며 제대로 수령했다는 걸 확인해야 하는데 이때 스캔 후 물품의 구역코드가 다시 한번 화면에 뜬다. 스캔을 모두 완료하는 동안 이 구역코드별로 물품들을 분류해놓는 게 좋다. 그래야 상차를 하면서 구역별로 섞이지 않고, 배송할 때 물품을 찾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3. 배송 및 퇴근

상차를 완료했으면 알아서 배송을 시작하면 된다. 이 날은 총 30개 정도의 물량이었는데, 운이 좋았다.

한 가구당 2~3개씩 주문한 경우도 많았고, 특히나 한 가구는 7개나 중복됐었어서 첫날이었지만 재수가 좋았음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캠프의 직원분이 하는 말이 첫날임을 고려해서 물품이 중복되는 구역을 골라줬다고, 운이 좋았다고 그랬다. 고마웠다.

 

쿠팡플렉스 어플을 켜고 지도탭을 누르면 내가 배송해야 할 가구들의 위치가 나온다. 현재는 UI가 다른데, 앱에서 스크린샷을 금지해놨기에 사진을 첨부할 수 없게 됐다. 현재는 최적경로를 생각해 첫 방문 추천 가구가 뜨기도 한다.

방문할 가구를 클릭하고 길찾기를 누르면 스마트폰의 네비로 연동된다.

 

배송지로 이동하고나서 차에서 물품을 꺼내고, 지번과 건물을 확인한다. 때론 지도에 표기된 곳과 위치가 달라서 지번과 도로명주소 표지판을 통해 찾아가야 할 때도 있다.

잘 도착했으면 고객 요구사항을 살핀다. 공용현관이 있는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의 경우 앱에 공용현관 비밀번호가 적혀있다. 문제는 도어락이다. 건물마다 다른 기기를 쓰는만큼 문을 열 때 사용하는 조합이 다르다. 이를 대비해 앱이었나, 카톡 플친에 왠만한 도어락들의 작동방법을 모아놓기도 했으니 입차 전 안내사항을 꼼꼼히 살펴보면 좋다.

 

새벽배송이다보니 요청사항에 따라 대개 문 앞에 물품을 놓게 된다. 끝으로 앱을 통해 사진을 찍고, 전송하면 배송 완료.

배송을 다 완료하면 퇴근이다.

 

4. 소요 시간 및 소득, 느낀 점

5시 30분경 끝났으니 15가구? 20가구?에 30개 정도의 물품을 배송하는데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던 것 같다.

 

입차한 시간 기준으로는 2시간이다.

박스와 비닐이 섞여있었지만 대충 30개 x 1,100원이라 치면 33,000원.

소득세 3.3%(1,089원)를 제하면 31,911원

유류비는 어림잡아 40km를 달렸다 치고, 연비는 10km/1L, 1L에 1500원이라 했을 때 6,000원을 제하면 25,911원.

 

총 소득은 2시간에 25,911원, 시간당 12,955원이다.

차량감가상각, 엔진오일, 브레이크 패드, 뭐 기타 등등 소모품들의 비용은 그냥 무시했다.

 

이날은 그나마 가구별로 2~3개, 많게는 7개까지 배송이 중복돼서 이만한 효율이 나온거지 둘째 날은 진짜...생각도 하기 싫다. 끔찍한 날이었다.

 

매일 30~40개 정도의 물량이 확보만 된다는 전제 하에 본인의 체력이 좋다면 급전이 필요한 달이나, 생활비가 빵꾸날 것 같은 달에는 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한' 부업이라고 생각된다. 단순노동인만큼 어려울 것도 없고, 신경쓸 것도 없다. 조금 부지런하게 살고, 운동하며 아르바이트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해볼만 하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이 이상의 뭔가를 기대하기엔 사측에 일방적으로 기대야 하는 고용에, 일체의 보험도 없다.

수익적인 부분 역시 시간과 재화에 있어 투입하는 자원 대비 간신히 손익분기만 넘기는 교환비라고 생각된다.

 

물론 개개인의 배송역량에 따라, 배정받는 그날의 구역에 따라 이 결과값은 달라질 수 있을거다.

업무에 익숙한 사람들은 시간당 15, 20가구 이상씩을 돈다고도 하니...

혹시나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많은 경우 중 하나에 불과한 왕초보 신입 플렉서의 후기 정도로 참고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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